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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서류 받고 비영리단체 대표자 변경...천안세무서 수상한 업무 처리

한광수 기자 | 기사입력 2022/04/06 [15:48]

엉터리 서류 받고 비영리단체 대표자 변경...천안세무서 수상한 업무 처리

한광수 기자 | 입력 : 2022/04/06 [15:48]

 

▲ 엉터리 서류 받고 비영리단체 대표자 변경...천안세무서 수상한 업무 처리(사진=세무서에 제출한 회의록 일부)  © 뉴스파고

 

A씨 “총회가 아닌 월례회서 몇 명이 회의”  

세무서 제출 회의록에는 ‘대표자 변경’ 아닌 ‘감사 부회장' 선출 

 

[뉴스파고=한광수 기자]허위서류에 맨 위 단락 몇 줄만 읽어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서류를 받고도 대표자를 변경해 주고도 정작 원 대표자의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요구하는 등 충남 천안세무서의 수상한 행정처리가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1일 천안여성단체 협의회장에 선출돼 2년임기를 시작한 A씨는 얼마 전 본인이 대표자로 돼 있는 단체의 고유번호증 상 대표자가 본인이 아닌 B씨로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됐다. 

 

비영리단체의 고유번호증은 세무서 소관 업무로, 대표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관에 따라 총회를 개최하고, 정관에 의한 방식으로 대표자를 선출한 후, 총회회의록을 첨부해야만 가능하다.

 

해당 단체의 정관에는 “회장의 선출은 단체의 회장이 선출하고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고 회장선출에 대해 정하고 있고, “회의의 의결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참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성립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장에 선출된지 불과 1년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현 회장인 A씨는 총회를 소집한 적도 없고 B씨를 회장으로 선출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관 규정에도 불구하고 천안세무서는 총회 회의록이 아닌 월례회에서 그것도 회장을 선출한 것이 아닌 부회장과 감사를 선출한 회의록을 제출했음에도 세무서에서는 바로 고유번호증 상 대표자를 A에서 B로 변경해 주고 말았다. 

 

세무서에 제출된 신청서에는 단체의 직인이 찍혀있었지만 이도 실제 직인이 아니었으며, 현 대표자와 전 대표자의 이름은 맞지만, 주소 및 전화번호가 모두 새로 선출됐다는 B씨의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특히 회의록에는 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은 A씨가 의장의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오늘은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는 회의입니다. 회장은 지난 회의 때 3.1여성동지회 B씨가 선출되었고, 오늘은 부회장과 감사를 선출하시면 됩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이 회의록의 첫 페이지 맨 위에 나타나 있다. 

 

설령 제출한 회의록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 치더라도, 위의 회의록은 대표자를 선출한 회의록이 아니고, 감사와 부회장을 선출한 회의록이기 때문에, 세무서에서는 대표자 변경 신청을 반려하거나 보완을 요구했어야 했다. 

 

회의록 맨 위 단락만 읽어봐도 알 수 있고,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도 서류의 부실함을 알 수 있었지만, 이와 같은 엉터리 서류제출에도 세무서 직원은 그 서류를 그대로 접수했고, 이후 일사천리로 대표자가 변경되고 말았다. 

 

A씨는 “정관 상 대표자는 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우리 단체에서는 총회를 소집한 적도 없고, 개최한 적은 더더욱 없다.”며 세무서에 시정을 요구했고, 세무서에서는 당일 즉시 직권취소하고 원상회복조치했다. 

 

하지만, 이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고유번호증 상 대표자는 다시 변경되고 말았다. 총회도 소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는 다시 세무서를 찾아 항의하며 회의록 등 제출서류 열람을 요구했지만, 세무서에는 회의록 등 서류를 공개하지 않았고, 정보공개 청구에도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바꾸려면 판결문을 받아오라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A씨는 “현재 서로 공모해 허위 회의록을 제출하여 대표자를 변경한 당사자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다. 총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몇 명이서 회의록을 작성해서 제출만 해도 대표자를 변경할 수 있다면 나도 허위 회의록을 작성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대표자를 다시 변경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나도 범죄자가 되는 꼴이라서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며 “향후 수사결과를 보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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